칼슘 많은 멸치, 뼈 건강에 오히려 독 될 수 있다?
“멸치는 칼슘이 풍부하니 뼈 건강에 좋다.”
이 말은 건강 정보에서 너무나 자주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멸치를 어떻게, 어떤 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뼈를 강화하기는커녕 칼슘이 체외로 빠져나가 뼈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한다고 해서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칼슘 흡수율과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진정한 ‘영양의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짠 멸치볶음이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멸치는 대표적인 고칼슘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건멸치 100g에는 무려 칼슘이 1000mg 이상 함유되어 있을 만큼, 칼슘 공급원으로는 매우 우수한 식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조리 방식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멸치볶음이나 조림은 간장, 고추장, 설탕 등을 넣어 조리하면서 나트륨 함량이 급격히 높아지게 됩니다.
나트륨과 칼슘, 소변을 통해 함께 배출된다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신장에서 나트륨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칼슘도 함께 소변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로 인해 혈중 칼슘 수치가 떨어지게 되면, 우리 몸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뼈에 저장된 칼슘을 끌어다 쓰게 되죠. 결과적으로 뼈 속 칼슘은 줄고, 골밀도는 낮아지며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도 고염식이 칼슘 손실과 골다공증 위험 증가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나트륨 섭취 조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먹는 것이 적당할까?
성인의 경우 마른 멸치는 하루 10~15g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적정선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만약 멸치를 짜게 조리해 자주 먹는다면, 아무리 칼슘이 풍부해도 뼈 건강에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물용 무염 멸치나 간을 최소화한 조리 방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유리합니다.
칼슘만 먹으면 된다? 비타민 D·K도 함께 고려해야
멸치처럼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고 해서, 그 칼슘이 곧장 뼈에 저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칼슘이 체내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D와 K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비타민 D: 칼슘의 흡수를 돕는 조력자
비타민 D는 소장에서 칼슘이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수 영양소입니다. 부족하면 아무리 칼슘을 섭취해도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배출됩니다.
-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 달걀노른자, 연어, 고등어, 표고버섯, 광합성에 노출된 버섯류
▶ 비타민 K: 칼슘을 뼈로 보내는 길잡이
비타민 K는 칼슘이 혈관이나 연조직이 아닌 뼈에 정착되도록 돕습니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칼슘이 오히려 혈관에 침착되어 혈관석회화, 동맥경화와 같은 위험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비타민 K가 풍부한 식품: 시금치, 브로콜리, 청경채, 케일, 파슬리 등 초록잎채소
네덜란드의 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K 결핍 상태에서 혈관 내 칼슘 침착률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칼슘의 ‘잘못된 축적’은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칼슘을 제대로 활용하는 현명한 식습관
단순히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보다 칼슘을 ‘잘 쓰이게’ 하는 식사법이 더 중요합니다. 다음은 멸치 등 칼슘 식품을 섭취할 때 함께 기억해야 할 건강한 습관입니다.
✅ 칼슘 식품을 짜게 조리하지 않기
- 볶음이나 조림보다는 찜, 국물용 활용이 바람직
- 간장을 줄이거나 저염 간장 사용
- 고추나 깨소금 등 자연 향신료로 맛을 내기
✅ 비타민 D와 K를 함께 섭취하기
- 멸치를 먹을 땐 녹색채소 또는 달걀을 함께 곁들이기
- 버섯 요리를 곁들여 비타민 D 보완
- 필요 시, 영양제 섭취도 고려
✅ 나트륨 줄이기와 수분 섭취 늘리기
- 짠 음식 섭취 후에는 충분한 수분 보충이 중요
- 국이나 찌개 등 나트륨 함량 높은 반찬과 함께 먹는 것 주의
칼슘,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멸치는 분명 칼슘이 풍부하고 건강에 이로운 식재료입니다. 그러나 조리 방법, 함께 섭취하는 영양소, 전반적인 식단 구성에 따라 그 효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짠 조리법이나 비타민 결핍 상태에서는, 멸치가 오히려 뼈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영양소 중심의 접근을 넘어, 영양소 간의 균형과 활용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식생활이 필요합니다.
건강은 ‘많이’가 아닌 ‘제대로’ 챙기는 것이 핵심입니다.